홍보출판위원회 | [제주여성 여름호 한꼭지] 허술토리:글을 통해 말을 건다는 것2편 - 양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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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여민회 작성일22-08-22 13:51 조회2,4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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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말을 건다는 것
양희주
<○○은 아니지만>을 소개해주세요.
우식: 현우님은 <제주여성>에 글 한 번 쓴 적 있지 않아요?
희주: 태연님과 현우님이 한 번씩 ‘자기만의 방’ 코너를 통해 글을 공유한 적이 있으시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은 아니지만>에 대해 소개 해주시면 좋겠네요. 저도 구독해서 시간 날 때마다 재미있게 읽어보았어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현우: 결국엔 말 걸기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낯선 곳에 간다고 했을 때, 말주변이 있든 없든 누군가에게 말 걸기가 쉽지 않잖아요. 대학원이라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죠.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상대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단순히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위에서 말을 서로에게 걸어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메일링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만난 동료,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술이 있었죠.(웃음)
우식: 대부분이 그렇듯이 시작할 때는 거창한 무언가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밌는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 강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주에서 대학원을 다닌다는 것, 제주에서 사회학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대학원이라는 것이 공부, 학위 등 목적이 있는 상태에서 모이게 되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이 공간에는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각자의 경험 속에서 갖고 있는 문제의식들이 있어서 출발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현우님이 말한 것처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다들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수익을 얻고자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한 의제를 가지고 발신을 하자는 의도도 없었어요.
현우: ‘스팸은 아니지만’은 구성원들이 서로 돌아가며 쓰고 답하는 사람을 정한 방식이었다면, ‘과제는 아니지만’으로 가게 되면 한 주의 내용을 모아서 내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봤죠. 여러 시도를 통해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 지를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논문 작업, 개인 사정 등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기는 해요. 이후에 다른 방식으로 말 걸기를 할 수 있겠죠. 한편으로는 <제주여성>과 같은 단체 소식지도 그냥 어떤 단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 주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소식지를 통해 회원들이 단체 활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싶다는 대화 방식이기도 하죠.
희주: 그렇죠. 회원들에게 말 걸기 방식 중 하나이죠.
우식: 우리가 ‘스팸은 아니지만’ 시작할 때 메일을 딱 100회 보내고 끝내자고, 끝을 정하고 시작했어요. 물론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잘 끝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각자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죠. ‘스팸은 아니지만’ 100회를 채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우리가 연구자로서, 대학원생으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조금 더 담아서 전달해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과제는 아니지만’부터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주제도 정하고 편집 회의도 하고 그랬죠.
희주: 제가 기억하기로는 질문자 1인이 주제를 하나 정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답변을 다는 형식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자신이 느끼는 한국 사회, 제주 사회의 문제를 던지고 그것에 대해서 답변을 다는 거죠. 특히 제가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질문자가 답변을 보고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총평하는 부분이었어요. 제가 오늘 인터뷰하려고 일부러 찾아본 게 아니라 평소에 보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웃음)
현우: 서로 다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다른 의견을 그래도 같은 질문에서 어떻게 묶어서 얘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화가 어려워요. 그런 측면에서는 말 걸기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행위해야지만 나오는 얘기들이기도 한 거고요. 1년이라는 게 얼마 안 됐지만 생각보다 너무 아득하게 먼 옛날 같네요.
우식: 이런 말 하면 좀 독자분들한테 좀 죄송한 말일 수도 있는데, 일단 우리가 우선 더 오래 같이 하고 이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굉장히 큰 요소이기도 했어요.
희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를 독자들도 다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제주여성>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현우: 기관지를 가독성 있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돈을 주고 맡겨서 디자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경험이 많이 있는 분의 숙련된 결과로서 나오는 것일텐데, 기관지 디자인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읽히는 것이 쓰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우식: 항상 펼쳐보면 그런 일종의 기획 콘텐츠 같은 게 있어서 좋아요. 술 마시면서 인터뷰 하는 거는 저번 호부터 나온 거지만, 그전에도 인터뷰 형식으로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콘텐츠가 있었는데 그때 항상 희주님이 있더라고요.
희주: 맞아요. 작년엔 허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는데, 지난 호부터 허술토리로 형식을 조금 바꾸어서 진행하고 있어요.
우식: 허스토리가 바뀐 거군요.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있나 봐요. 인터뷰가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데 바쁜 와중에 고생이 많다고 느껴졌어요.
희주: 인터뷰 진행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회원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 힘을 진짜 많이 받아요. 회원 분들이 어떤 경로로 제주여민회를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게 되었는지를 듣고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글을 쓰고 독자에게 보낸다는 것은 ‘○○은 아니지만’과 <제주여성>이 맞닿아 있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현우: 말 걸기의 핵심은 말 거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는 기관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시대에서는 더 수고로운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는 누군가 선뜻 말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하여금 말할 수 있는 자리와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서 기관지가 하고 있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봐요. 우리가 SNS나 유튜브에서 너무 쉽게 보고 듣고 휘발 되는 것들이 많은 시점에서 차곡차곡 쌓여 가는 기관지가 만들어내는 역사가 있다? 그것은 곧 회원들의 역사이기도 하죠. 이런 면에서 홍보출판위원회가 하는 역할이 전 항상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식: 어떻게 보면 대학원 공부를 하는 것과 여민회 활동을 하는 것이 성격이 많이 다른 활동일 수도 있죠. 그럼에도 ‘○○은 아니지만’을 통해 우리가 했던 여러 가지 시도들과 이 기관지라는 것을 같이 이야기 해봤을 때, 긴 글을 잘 읽지 않는 이 시대에서 클래식하게 접근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다시 메일링 서비스가 뜨고 있는 것을 보면, 글로써 소통하는 것이 여전히 유의미한 것 같아요. 거꾸로 말하면 글로써 전달되는 게 분명히 있다는 것이죠. 토론, 워크숍, 세미나 이런 것도 좋지만 어떤 글을 준비해서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누가 읽어’ 하면서도 여러 시도들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현우: 우리 모두 기본적으로 누구든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읽어 주는 독자가 있기도 하고요.
허술토리를 마무리하며 간단한 소감
희주: 오늘 자리는 제가 평소에 술을 한 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구성이기도 합니다. 겸사겸사 허술토리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두 분께서 허술토리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것도 참 감사합니다. 마무리로 간단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현우: 옳은 소리는 옳은 소리를 부른다? 김수영 시인의 폭포라는 시가 있어요.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고. 그런 얘기예요. 문학 수업 같은데서는 밑줄 치고 진실은 진실을 부른다고 하려나요. 묻고자 하기 때문에 답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고요. 이제 이어서 술 먹어야 하니 빨리 정리하시죠.(웃음)
우식: 저랑 희주님은 술을 먹을 만큼 먹어봐서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싶기도 한데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각 잡고 이야기 해본 거잖아요. 이럴 때 나온 이야기들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인터뷰를 통해 묻고 답한다는 것이 일상 속에서 잘 나누지 않는 여러 가지 물음과 답변이 나오기도 하고요. 이제 다 된 것 같죠? 이제 짠 하고 끝냅시다!
희주: 짠! 오늘 두 분이 <제주여성>을 매번 읽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굉장히 기쁩니다.(웃음) 앞으로도 꼼꼼히 챙겨봐 주시고, 피드백도 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술자리를 더 이어가도록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