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평가 논평] 최초의 선출직 여성 교육감과 3선 여성 도의원의 등장을 환영하며: ‘최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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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여민회 작성일26-06-04 12:10 조회2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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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평가 논평]
최초의 선출직 여성 교육감과 3선 여성 도의원의 등장을 환영하며
: ‘최초’가 ‘보편’이 되는 성평등 정치로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123일간 이어진 12·3 계엄 규탄의 광장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다. 광장을 채운 수많은 시민은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는 사회를 요구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무너진 성평등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보다 평등한 지역사회를 향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주목할 만한 몇몇 성과도 있었으나, 광장에서 분출된 성평등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우선 전국 상황을 보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후보가 당선되며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하였다. 이는 지방자치제 본격 실시 이후 31년 만의 역사적 결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간 한국 지방행정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견고했는지를 방증한다. 정당의 수동적인 공천 구조와 선거공학적 계산 탓에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가 제도적이 아닌 후보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당선은 오랜 배제의 벽을 깨뜨린 신호탄인 동시에, 성평등 의사결정권 배분의 제도적 지체를 보여주는 구조적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국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이번 제주지역 지방선거 결과는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제주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직 여성 교육감이 당선되었고(고의숙), 처음부터 지역구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해 제주도의회 최초로 지역구 3선에 오른 여성 정치인이 탄생했다(더불어민주당 강성의/화북동).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정치문화 속에서 지역구에 기반을 둔 여성 정치인이 재선과 삼선을 거듭하고, 여성 교육감이 선출되었다는 사실은 제주 정치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실질적인 리더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평등 실현을 위한 시대적 흐름 차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비례대표를 포함한 도의회 여성의원 비율이 소폭 상승하였으나, 이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 확대의 결과일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제주도의회 32개 지역구 가운데 여성 당선자는 3명, 비례대표 13명 가운데 여성 당선자는 9명으로 전체 여성의원은 12명(26.6%)을 기록하였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여성의원 9명(20%)과 비교하면 3석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여성의원 수 증가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 확대의 결과일 뿐, 지역구에서 여성 정치인의 진출 기반이 확대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제주 정치는 여성 후보가 지역구에서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도의원 지역구 여성 당선자가 4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우세한 정치 지형 속에서도 여성 후보를 충분히 발굴하지 못했으며, 제주도당 경선 결과 여성 후보는 단 2곳만 확정되는 데 그쳤다. 서귀포시의 경우 예비후보가 전원 탈락하자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여성 의무 추천 규정을 채우기 위해 뒤늦게 1곳을 전략 공천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 대표성 확대라는 제도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보다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며, 여성 정치 확대에 대한 정당의 책임을 방기한 결과이다. 여성 정치인의 성장은 선거 직전의 미봉책이 아니라 평상시 인재 육성과 기회 제공을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여성 대표성 확대를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본질적인 정치개혁 과제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셋째, 이번 선거에서도 다양성 정치가 무너져내렸다. 제주도의원 선거구 32곳 가운데 8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발생하였다. 무투표 당선자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무투표 당선자가 총 6명뿐이고, 2022년 지방선거 당시 2명에 불과했던 무투표 당선 규모를 크게 넘어선 수치이다. 우선 계엄 사태에 대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나 성찰, 쇄신조차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힘이 결국 상당수 지역에 후보를 내지 못한 탓이 컸다. 특정 정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으면 곧바로 경쟁 자체가 사라지는 현실은 거대양당 구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라동을 진보당 양영수 후보가 51.9%의 득표율로 도의원에 당선되어 지역구에서 유일한 진보정당 당선인이 되었다. 당선되지는 못하였지만 일도2동 정의당 강순아 후보(15.3%), 외도동·이호동·도두동 진보당 김형미 후보(14.5%) 등이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으며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무소속을 포함하여 단 2석을 제외한 30석을 거대 양당이 독점한 제주도의회 지역구 지형은 다양성 정치의 실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대안적 가치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세력의 제도권 진입이 차단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당 투표 결과 조국혁신당이 7%로 1석을 얻고, 진보당과 녹색당이 각각 3%를 얻어 의석수를 확보하진 못했다. 광역의회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정당 득표율 5% 이상을 요구하는 봉쇄조항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적용되는 3% 봉쇄조항보다도 높은 기준으로, 오히려 지방의회가 국회보다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에 더 높은 장벽을 두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의회의 비례대표 의석이 확대되었음에도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은 여전히 요원하며, 비례대표 의석 수 확대만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보장하기 어렵다.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인 정치적 다양성과 대표성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고 경쟁할 수 있는 다당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광장을 지킨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단지 계엄 세력에 대한 심판이 아니었다. 여성과 소수자들이 외친 목소리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넘어 성평등과 다양성,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민주주의의 회복은 단순히 권력을 교체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정치의 구성과 운영 방식, 그리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최초의 선출직 여성 교육감과 여성 3선 도의원의 탄생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여성 후보 비율,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여성 추천 제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증가한 무투표 당선은 제주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광장에서 확인된 변화의 열망이 제도와 정치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성평등 정치와 민주주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제 성평등 실현의 과제는 새롭게 구성된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교육청으로 넘어갔다. 기후위기와 돌봄, 안전, 노동 등 제주가 직면한 모든 문제는 성평등의 관점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는 여성 대표성 확대와 성평등 추진체계 복원과 확대를 통해 광장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회복 이후 제주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이며,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2026.6.4.
(사)제주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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